아이의 작은 배낭이 나선형 계단 한구석에 툭 던져져 있었다. 진청 호스텔의 로비는 3월의 투명한 햇살을 유리 벽돌 사이로 잘게 쪼개어 들여보낸다. 차가운 금속제 가구와 붉은 벽돌이 주는 첫인상은 다소 딱딱하고 무거웠지만, 그 위로 쏟아지는 빛의 입자들은 묘하게 무뎠고 다정했다. 작은 바처럼 꾸며진 좌석에 앉아 갓 내린 커피를 마셨다. 컵에서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하얀 김이 코끝에 닿을 때마다 잠들어 있던 감각들이 천천히 깨어났다. 첫째는 빵 조각을 입에 물고 로비를 작은 강아지처럼 뛰어다녔고, 둘째는 유리 벽돌에 작은 손바닥을 대고는 무언가 열심히 설명하고 있었다. 아이가 무엇을 말하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그 찰나의 풍경이 그곳에 존재한다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노출 콘크리트의 서늘함이 감도는 산업풍의 인테리어는 때로 불친절해 보이지만, 가족들이 내는 소란스러운 소음이 섞이자 공간은 어느새 포근한 온기로 채워졌다. 딱딱한 회색 벽면이 아이들의 맑은 웃음소리에 조금씩 깎여나가는 기분이었다. 아침 식사는 소박했다. 현지 시장에서 산 싱그러운 과일과 고소한 빵, 그리고 혀끝을 자극하는 쌉싸름한 커피. 특별할 것 없는 메뉴였지만, 통창을 통해 스며드는 3월의 온도가 적당해 마음까지 넉넉해졌다. 억지로 힘을 내어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여행자의 압박감은 없었다. 누군가 웃고, 누군가 마시고, 누군가 자유롭게 뛰어다니는 것. 그것만으로도 우리의 아침은 완벽하게 완성되었다.
골목 끝에서 만난 바삭한 위로, 육원의 기억
호텔에서 나와 좁은 골목길을 천천히 걸었다. 3월의 창화는 습도가 적당해 피부에 닿는 공기가 쾌적했다. 아삼육원 앞에 다다르자, 뜨거운 기름 속에서 고기가 튀겨지는 고소하고 진한 냄새가 먼저 마중을 나왔다. 가게 앞에는 이미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기다림에 지친 둘째가 갑자기 다리가 아프다고 칭얼거렸고, 첫째는 옆집 담벼락 아래 잠든 강아지를 구경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아빠, 저 강아지 좀 봐!"라고 외치는 아이의 목소리에 나는 그저 빙그레 웃었다. 여행이란 결국 이런 식이다. 정교하게 짠 계획표보다는 예상치 못한 칭얼거림과 우연히 발견한 샛길에 더 많은 시간을 쓰게 되는 것.
드디어 손에 쥔 육원은 손끝이 데일 정도로 뜨거웠다. 한 입 베어 물자 '바삭' 하는 경쾌한 소리가 귓가에 명확하게 박혔다. 튀김옷의 바삭한 식감 뒤로 쫄깃한 고기 반죽과 짭조름한 특제 소스가 혀끝에 진득하게 감겼다. 아이들의 입가에는 어느새 갈색 소스가 엉망으로 묻어 있었다. 닦아주려 했지만 아이들은 그저 맛의 황홀경에 빠져 먹는 것에만 집중했다. 화려한 레스토랑의 코스 요리보다, 길가에 서서 서로의 입가에 묻은 소스를 보며 낄낄거리는 이 순간이 더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았다. 무용한 시간이라고 생각했던 지루한 기다림이, 사실은 가장 맛있는 양념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걷다가 우연히 마주친 붉은 담벼락과 그 위로 내려앉은 봄볕. 모든 것이 적당한 속도로 흘러가고 있었다.
붉은 벽돌의 온기 속에 스며든 달콤한 마침표
객실로 돌아오자 진청 호스텔 특유의 붉은 벽돌 벽이 우리를 포근하게 맞이했다. 방의 분위기는 투박했다. 금속 프레임과 벽돌의 거친 질감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지만, 그 가공되지 않은 솔직함 덕분에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졌다. 아이들은 침대에 눕자마자 약속이라도 한 듯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고르게 내뱉는 아이들의 숨소리가 방 안의 정적을 부드럽게 채웠다. 나는 가방 깊숙이 넣어두었던 부이팡의 달걀 노른자 빵을 조심스럽게 꺼냈다.
빵의 겉면은 옅은 황금빛이었고, 손끝에 닿는 감촉은 갓 구운 솜사탕처럼 보드라웠다. 반을 가르자 진한 노란색의 노른자가 보석처럼 모습을 드러냈다. 한 입 베어 무니 달콤한 팥소와 짭짤한 노른자의 풍미가 입안에서 정교하게 교차했다. 단맛과 짠맛의 완벽한 균형이 지친 하루의 피로를 씻어내 주었다. 아이들이 잠든 뒤, 조명을 낮추고 혼자 즐기는 이 작은 간식 시간은 이번 여행에서 가장 사치스러운 순간이었다.
발코니로 나가보니 과거의 흔적을 간직한 낡은 보일러가 보였다. 녹슨 철의 거친 질감 위로 작은 전구들이 별처럼 켜져 있었다. 낡은 것들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형태를 바꾸어 우리 곁에 머문다. 기억과 망각 사이에서 우리가 붙잡을 수 있는 건 이런 사소한 감각들뿐일지도 모른다. 빵의 달콤함, 침대의 포근함, 그리고 곁에서 잠든 아이들의 온기. 거창한 의미를 찾으려 애쓰지 않아도 좋았다. 그냥 여기 있었고, 함께여서 좋았다. 그것으로 충분한 밤이었다.
아이의 작은 양말 한 짝이 침대 밑에 얌전히 놓여 있었다.
- 부이팡의 달걀 노른자 빵은 약간 식었을 때 느껴지는 묵직한 달콤함이 일품이다.
- 창화역에서 도보 2분 거리의 진청 호스텔는 짐이 많은 가족 여행자에게 최적의 선택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