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돌아가기 하이델베르크 모텔

08:00, 아침의 식탁과 눅눅한 설렘

잠에서 덜 깬 첫째가 침대 끝에 걸터앉아 길게 하품을 한다. 그 옆에서 둘째는 이미 방 안을 작은 태풍처럼 한 바퀴 휘저어 놓았다. 체크아웃 전 우리 가족의 아침을 책임진 조식은 맥도날드였다. 포장지를 뜯자마자 따뜻한 에그 맥머핀과 치즈버거의 기름진 향기가 방 안의 서늘한 공기와 섞여 묘하게 포근한 냄새를 만들어냈다. 아이들은 케첩을 손가락에 묻혀가며 오늘 갈 곳에 대해 쉴 새 없이 재잘거렸다. "아빠, 오늘은 진짜 큰 불상을 보는 거야?"

김이 모락모락 나는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아이들의 대화를 배경음악 삼아 듣는다. 특별한 계획은 없다. 그저 발길 닿는 대로, 눈에 보이는 대로 머무는 것. 그것이 이번 여행의 유일한 원칙이다. 쫄깃한 빵의 식감과 혀끝을 데우는 뜨거운 커피의 온기가 온몸으로 퍼졌다. 집에서 먹는 것보다 훨씬 맛있게 느껴지는 이유는 아마도 낯선 도시가 주는 적당한 긴장감과 설렘 때문일 것이다. 짐을 챙기는 달그락 소리와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겹쳐 방 안은 금세 소란스러워졌지만, 그 소음조차 우리가 함께 있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처럼 느껴져 마음이 넉넉해졌다.

14:00, 팔괘산의 빛과 잠시 멈춘 시간

팔괘산 대불 풍경구의 '월영 등불 축제'를 둘러보고 돌아오는 길, 3월의 창화는 걷기에 더없이 다정한 온도였다. 햇살은 날카롭지 않게 피부를 어루만졌고, 바람은 적당한 무게로 뺨을 스치고 지나갔다. 귀여운 캐릭터들이 가득한 거리에서 아이들은 마치 보물찾기를 하는 탐험가처럼 정신없이 뛰어다녔다. 첫째는 제법 진지한 표정으로 지도를 읽는 가이드 역할을 자처했고, 둘째는 그 뒤를 쫄래쫄래 따라가다 예쁜 불빛만 보이면 자석처럼 멈춰 섰다.

다시 하이델베르크 모텔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는 어느덧 깊은 정적이 찾아왔다. 아이들은 서로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 채 엉킨 모습으로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차고 진입로의 넓은 길을 지나 전동 셔터가 육중한 소리를 내며 내려오는 순간, 외부의 소음이 완벽히 차단되며 우리만의 아늑한 임시 기지가 완성되었다. 방으로 들어서자 역삼투압 연수 시스템 덕분인지 공기가 무척 쾌적하고 가벼웠다. 신발을 벗고 맨발로 닿은 바닥의 서늘한 감촉이 발바닥을 통해 전해지며 여행의 피로를 씻어내 주었다.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잠시 눈을 감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이 정지된 시간,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휴식이었다.

19:00, 거품 속에 잠긴 작은 세상

이곳에서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욕실의 커다란 마사지 욕조였다. 수도꼭지를 틀자 뽀얀 거품이 몽글몽글 피어올라 욕조 가득 하얀 구름을 만들어냈다. 아이들을 조심스레 물속에 넣자, 둘째가 갑자기 자신의 발가락을 가리키며 "아빠, 여기 물고기가 나타났어!"라고 외쳤다. 첫째는 "그게 어떻게 물고기야, 그냥 발가락이지!"라며 유치한 논쟁을 시작했다. 욕조 옆 TV에서는 알 수 없는 채널의 영상이 흘러나왔지만, 우리 가족에게는 그저 배경 소음에 불과했다.

물의 온도는 몸의 긴장을 적당히 풀어줄 만큼 따스했다. 특히 연수 설비 덕분인지 피부에 닿는 물의 촉감이 매끄러웠는데, 마치 얇은 비단 한 겹을 몸에 두른 것 같은 기분이었다. 아이들은 거품으로 우스꽝스러운 수염과 모자를 만들며 낄낄거렸고, 나는 그 천진난만한 풍경을 가만히 관찰했다. 거창한 행복은 필요 없었다. 그저 아이들이 이 따뜻한 물속에서 편안해 보인다는 것, 그리고 나 역시 이 온기에 몸을 맡기고 있다는 사실이면 충분했다. 욕실 밖으로 나왔을 때, 아이들의 젖은 머리카락에서 은은한 샴푸 향이 풍겼다. 보송한 수건으로 머리를 감싸주자 아이들은 노곤함에 취해 눈꺼풀을 깜빡이며 잠의 세계로 천천히 빠져들었다.

22:00, 방음문 너머의 완전한 침묵

아이들이 마침내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규칙적이고 고요한 숨소리가 방 안의 빈틈을 채운다. 이제야 온전한 어른들만의 시간이 찾아왔다. 하이델베르크 모텔의 방음문이 닫힌 내부는 놀라울 정도로 고요했다. 외부의 소음은 물론, 옆 방의 기척조차 느껴지지 않는 완벽한 단절이었다. 무엇보다 담배 냄새 하나 없이 쾌적한 공기가 코끝을 스쳐 마음까지 정화되는 기분이었다. 빳빳하게 잘 마른 시트의 감촉을 느끼며 침대 속으로 깊숙이 몸을 묻었다.

문득 낮에 먹었던 부어팡의 계란 노른자 빵 맛이 떠올랐다. 갓 구워져 나왔을 때의 그 고소한 풍미와, 한 입 베어 물었을 때 툭 터지며 입안 가득 퍼지던 노른자의 진한 풍미. 차갑게 식은 뒤에도 살아있던 그 바삭한 식감이 기억의 저편에서 다시금 되살아났다. 여행이란 결국 이런 작은 감각들의 조각을 모으는 일일지도 모른다. 대단한 깨달음을 얻는 것이 아니라, 좋은 물에 몸을 담그고, 맛있는 빵을 먹고, 사랑하는 이들이 곁에서 평온하게 잠든 것을 확인하는 소박한 일들.

천장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내일은 또 어디로 가게 될까. 사실 어디든 상관없다. 이렇게 온전히 쉴 수 있는 공간이 있고, 함께 돌아올 사람들이 곁에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니까. 3월의 밤은 짧았지만, 이 고요함 속에 머무는 시간은 영원처럼 길고 달콤하게 느껴졌다. 참 좋은 밤이었다.

낮게 깔린 조명 아래, 아이들의 작은 손이 내 옷자락을 꼭 잡고 있었다.

  • 팔괘산 대불 풍경구의 등불 축제는 해 질 녘에 방문해야 빛의 색감이 가장 환상적입니다.
  • 부어팡 계란 노른자 빵은 구매 후 살짝 식혔을 때 겉면의 바삭함이 더욱 살아납니다.

근처 맛집 & 명소

에이비즈

ABees(구 명칭 자펑미)는 장화시 장수로 215번지에 있는 카페로 커피와 크리에이티브 갈레트, 디저트 크레페를 중심으로 메뉴를 구성합니다. 시그니처 메뉴는 꽃가루 커피, 스파이스 토마토 주키니 갈레트, 케일과 마 갈레트, 시나몬 사과 꿀 크레페 등이며 1인당 약 400위안대가 일반적입니다. 영업시간은 공개되어 있지 않지만 평점이 높고 다양한 크리에이티브 요리로 현지에서 인기 있는 줄 서는 맛집 중 하나입니다.

100 미식

크리스 카페

Chris Cafe는 타이중 치치 상권에 숨어있는 홍콩식 다방으로 가정식 광동 요리를 선보입니다. 대표 메뉴는 주성치 영화로 유명해진 차슈 계란밥 '암연소혼반' 과 칼로리 가득한 '땅콩 프렌치 토스트' 로 현지인들에게 사랑받고 있습니다. 매장은 조용하고 여유로워 다위안바이 백화점이나 치치 상권 쇼핑 중 잠시 쉬어가기 좋습니다. 인기 메뉴를 놓치지 않도록 예약을 권장합니다.

115 미식

부얼팡

불이방은 장화현에서 유일하게 전통 노른자 패이스트리(단황소)를 전문으로 하는 50년 가까운 역사의 노포입니다. 라드와 버터로 황금빛 겉껍질을 구워내고 그 안에 윤기 흐르는 짭짤한 오리 노른자와 부드러운 팥앙금을 채웁니다. 추석이나 명절마다 줄이 끊이지 않아 장화의 필수 기념품으로 통합니다. 노른자 패이스트리 외에도 녹두파이, 아내과자 등 옛날 과자를 함께 팝니다. 온라인 주문은 받지 않으며 직접 매장에서 줄 서서 사야만 맛볼 수 있습니다.

109 미식

우셴지 훠궈 루강 기함점

우셴지 샤브샤브 루캉 플래그십은 장화현 루캉진 중정로 496번지에 있는 인기 샤브샤브 전문점으로 세련된 인테리어와 편안한 조명이 특징입니다. 다양한 육수와 단품 주문 방식을 채택하고 있으며 대표 메뉴는 대용량 고기 플레이트와 밥·음료 무한 리필입니다. 영업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새벽 2시까지라 늦은 밤에도 따끈한 샤브샤브를 즐길 수 있습니다. 1인당 약 250~300위안으로 가성비가 뛰어나 장화 필수 샤브샤브 맛집으로 자주 꼽힙니다.

98 미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