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이거 큐알코드 찍어서 미션 깨면 선물 준대. 너처럼 게으른 애가 이걸 하겠냐?" 지훈이 스마트폰을 흔들며 낄낄거렸다. 나는 그가 내민 화면 속 '스테이 액티브'라는 문구를 무심하게 바라봤다. "선물이 뭔데. 먹는 거 아니면 안 해." "에너지 백팩이라는데? 너한테 딱이다. 짐꾼 하라고." 옆에서 듣고 있던 민지가 콧방귀를 뀌었다. "웃기네. 어차피 우리 다 침대에서 안 나올 거잖아. 걷기는 무슨. 그냥 호텔 앞 세븐일레븐이나 가자." 우리는 그렇게 서로의 의지력을 깎아내리며 포르테 호텔 장화 로비에 서 있었다. 은은한 방향제 냄새와 함께 9월의 미지근한 습기가 발목을 잡았고, 우리의 여행 계획은 그 공기만큼이나 엉망이었다.
서늘한 공기가 감싸는 안식의 방
우리가 묵은 디럭스 룸은 기대보다 훨씬 쾌적했다. 문을 열자마자 쏟아지는 서늘한 에어컨 바람이 9월의 끈적한 열기를 단숨에 씻어냈다. 넓은 침대 옆 테이블 위에는 웰컴 쿠키가 놓여 있었고, 바삭하게 씹히는 달콤한 풍미가 입안에 맴돌았다. 포르테 호텔 장화의 객실은 동급 호텔보다 공간감이 넉넉해, 세 사람이 짐을 풀어헤쳐도 답답함이 없었다. 푹신한 매트리스에 몸을 던지자, 마치 거대한 솜사탕 속에 파묻히는 기분이 들었다.
방 안의 조명은 차분한 전구색으로 내려앉아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었다. 이곳은 란 의사 빌딩과 결합된 독특한 구조 덕분인지, 도심의 소음이 완벽하게 차단된 고요한 섬 같았다. 호텔 내에 마련된 세 곳의 레스토랑과 최신 시설의 체육관이 있다는 사실이 든든했지만, 정작 우리에게 필요한 건 오직 이 안락한 침대뿐이었다. 지하 주차장의 편리함과 바로 앞 편의점의 접근성 같은 사소한 배려들이 여행자의 긴장을 느슨하게 풀어주었다. 조식으로 먹은 뭉근한 죽의 온기가 여전히 뱃속에 남아,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무언의 허락을 받은 채 성실하게 시간을 낭비했다. 무용한 시간이 흐를수록 우리의 우정은 오히려 더 촘촘해지는 기분이었다.
금빛 빵과 낮아진 목소리들
"이거 진짜 미쳤는데? 겉은 바삭한데 안은 그냥 녹아내려." 민지가 부얼팡에서 사 온 달걀 노른자 빵을 한 입 베어 물며 속삭였다. 스탠드 조명 아래서 금빛으로 반짝이는 빵의 외피가 식욕을 자극했다. 나도 하나 집어 먹자, 달콤한 팥소와 짭조름한 노른자의 조화가 혀끝에서 정확하게 맞물렸다. "그러니까 내가 여기 줄 서서 사야 한다고 했잖아." 지훈이 짐짓 거드름을 피웠지만, 목소리는 낮고 다정했다. "근데 너 오늘 수림농장에서 낙우송 봤을 때, 사진 찍느라 정작 나무는 제대로 안 봤지?" "...들켰네." 우리는 킥킥거리며 웃었다.
낮의 소란함은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방 안에는 달콤한 빵 냄새와 나른한 정적만이 고였다. 창밖으로 보이는 장화 시내의 야경이 단조로운 리듬으로 깜빡였다. "내일은 그냥 늦잠 자자. 미션이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동의. 누워 있는 게 이번 여행의 진짜 목적이었어." 우리는 서로의 게으름을 인정하며 만족스럽게 웃었다. 특별한 깨달음 같은 건 없었다. 그저 좋은 빵을 먹었고, 시원한 방에 있었으며, 함께 웃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밤이었다.
9월의 장화는 생각보다 다정했고, 우리의 게으름은 완벽했다.
- 수림농장의 낙우송 길을 따라 천천히 걷기
- 육원수의 달콤한 간장 소스를 곁들인 육원 맛보기